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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케글훈련40


제인은 미국 미주리주 출신의 금발 미녀이다. 머뭇머뭇하면서 병원에 들어온 그녀가 던진 첫마디는 필자가 의사냐 카운슬러냐는 것이었다. 병원 간판에 씌어진 영어를 보고 우연히 찾아온 20대 후반의 제인은 자위를 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실제로 성관계에 들어가면 오르가슴을 못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에서 영어선생을 하고 있다는 그녀는 뉴욕 같은 대도시 출신과는 달리 의외로 성에 대한 지식은 별로 없었다.

킨진찰 결과 여성불감증의 해부생리학적인 원인으로 많이 지적되는 음핵의 포경은 괜찮았다. 그러나 질의 수축기 압력이 정상에 훨씬 못 미쳤다.

심리적으로는 열네 살 때 할머니의 남자친구에게 심한 말로 성적 학대를 당한 충격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동거중인 데미안은 약간의 조루 증상을 보이는 것 말고는 별다른 성적 문제가 없었고 '서로 사랑하느냐'는 질문에는 웃음으로 받아넘긴 제인이었다.

여성불감증은 대부분 심리적인 원인과 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불안, 우울, 성적 억압, 무의식적인 남편과의 힘겨루기 등이 흔한 원인이다. 또 지적 능력이 있는 여성에게는 자신이 너무 성에 몰두하는 게 아닌가, 혹은 오르가슴에 이르러 스스로 통제력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데 대한 불안도 불감증의 중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근육을 이완 혹은 수축시키는 중요한 훈련 가운데 하나는 질근육 수축훈련이다. 여성들은 출산으로 인해 질근육이 느슨해질 수 있다. 질근육의 탄력은 출산 빈도에 영향을 받는다. 출산 후 질의 탄력이 느슨해졌다고 느껴진다면 질근육 강화 훈련을 하면 된다.

소변을 보다가 근육에 힘을 주어 이를 3초간 멈추었다가 다시 3초간 힘을 빼는 훈련을 하루에 100번씩 1, 2개월 동안 하면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소변을 한꺼번에 보지 말고 세 차례에 나누어서 보거나 PC근육에 3초간 힘을 주었다가 3초간 릴렉스 하는 훈련은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 케글훈련이라고 부르는 이 방법은 50년대 케글(Kegel)이라는 의사가 요실금 치료법으로 개발했다. 70년대에 들어와서 헬렌 카플란이 여성의 성감을 높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질의 탄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여성들은 흔히 예쁜이 수술이라고 알려진 회음부 봉합수술을 생각하는데 실제 수술을 받고자하는 여성의 질내압을 측정해보면 정상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질의 내압이 낮은 여성은 그리 흔하지 않으므로 여성들에게는 수술보다 케글훈련이 훨씬 효과적이다.

케글훈련은 여성의 성감을 높이는 가장 손쉽고 간단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요실금 치료법으로도 탁월하다. 기침을 하거나 웃거나 운동을 할 때 많은 여성들이 스트레스성 요실금을 겪는다. 그 중 반 이상은 급한 증상이다. 소변을 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을 정도이고 당하는 사람은 상당히 고통스럽다. 폐경기에 여성호르몬의 부족이 요도에 자극을 주거나, 요도의 염증, 스트레스 등으로 생기는 요실금 증상은 알콜이나 커피같이 이뇨 효과가 있는 것을 줄이고, 케글훈련을 하는 것만으로도 많이 호전된다.

케글훈련은 여성의 성감을 높이는 가장 손쉽고 간단한 훈련방법이다.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하면 질 심부조직의 혈관이 충혈되고 질내의 점액질이 분비되며 질을 둘러싼 조직이 충혈되고 질의 입구가 크게 부풀어오른다. 극치감에 이르면 질의 괄약근과 회음부 근육의 주기적인 수축이 이루어지게 된다. 여성이 오르가슴에 도달하고 있는 과정을 보면 혈관의 충혈과 근육의 수축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알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 여성 상위로 음핵의 자극을 병행하기도 한다. 음핵을 자극하면서 자신을 붙잡아 매는 여러 가지 생각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고 환상에 빠지는 것이 바로 해결책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여성 불감증 환자는 물론 아이를 낳은 뒤 질근육이 느슨해진 일반적인 여성에게도 이 방법으로 교정한다. 남성의 정력 증진에도 쓸데없이 보약을 먹거나 이상한 팔찌를 끼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만족스럽지 못한 남편의 성기능을 탓하기에 앞서 우선 여성 자신도 어느 정도의 능력을 지녀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은 즐거운 성생활에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동아일보 1996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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